문화>취재>일박이일 전라남도여행 | 문화
관리자 | 조회 2174 | 2018-08-30 19:35
영암 월인당에서 목포 유달산 지나 갓바위까지
지난 여름 네 식구가 1박2일 여행길에 올랐다. 오랜만에 떠나는 가족여행이다.
여행 첫 날, '집짓기와 인문학적 힐링' 밴드에서 보고 꼭 한 번 가봐야지 마음먹었던 영암 월인당 한옥 스테이를 찾았다. 월인당은 영암 월출산 근처의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한 모정마을에 있는 한옥민박집이다. 월출산을 지나 4~5킬로 정도 더 가면 큰 도로에서 초록색 융단처럼 펼쳐진 들판 가운데로 모정마을로 들어가는 넓은 신작로가 곧게 나 있다. 길 양쪽으로 진홍빛 배롱나무가 피어 있고 흰 구름이 떠있는 파란 하늘을 배경삼아 멀리 모정마을이 보인다. 풍경이 그림처럼 평화롭다. 하늘도 들판도 너무 깨끗하고 예뻐서 눈이 시원하게 정화된다.
모정마을에 도착해보니 10 여 가구 남짓한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 안쪽 끝머리에 있는 정자에 올라서니 정면에 월출산이 마주 바라다 보이고 발 아래는 연꽃이 가득한 커다란 저수지가 있다. 하얀 뭉게구름이 피어난 파란 하늘아래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경치가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잠시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쉬다가 내려왔다.
길 위쪽 울타리에 가려져 있는 월인당을 찾으려고 손바닥만 한 작은 동네를 세 바퀴나 돌았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마을 주차장에서 쌓인 커다란 돌무더기에 부딪혀 차 앞 범퍼 아래 부분이 크게 부서져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아간 월인당은 예약제로만 운영되어서 당일 숙박은 안 된다고 한다.
이래저래 일진이 안 좋은 날이다. 그래도 왔으니까 이 곳 저 곳 둘러보며 사진을 찍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잔디마당 안쪽에 단아한 ㄱ자 한옥이 자리하고 있다. 월인당에는 총 3채의 한옥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은 까페였다. 들어가 보니 상당히 넓고 분위기가 아늑하다. 월출산 산행 오게 되면 다시 한 번 방문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발길을 돌렸다.
영암시내로 나와서 짱뚱어탕으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차가 많이 부서져서 1박2일은 포기하고 전주로 향했다. 그런데 냉각수가 계속 새어나와 일단 가까운 목포로 가서 일박하고 다음 날 차를 고치기로 했다. 목포까지 40여분 가는 동안 냉각수용기에 생수를 계속 보충해야 했다.
간신히 목포에 도착해서 숙소를 잡고 한 시간쯤 쉬었다가 밤거리 구경에 나섰다. 특별한 볼거리가 없을 때 낯선 여행지에서의 거리구경은 시간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여행코스이다. 숙소 길 건너에 있는 ‘장미의 거리’는 차량진입이 금지된 곳이어서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밤바다가 보고 싶어 평화의 광장 쪽으로 이동하였다. 광장 앞쪽에 바닷가를 따라 계단식 데크가 길게 이어져 있는데 여기저기에서 젊은 친구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었다. 젊음의 열정이 느껴져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여름밤의 낭만을 만끽하였다.
다음날, 세 시간 쯤 걸려서 냉각수관만 교체 수리하고 차를 찾아서 점심을 먹으러 낙지전문점으로 유명하다는 맛 집을 찾아갔다. 식당 외관상 규모가 작고 허름해 보여서 내심 걱정이 되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 외로 매우 넓고 깨끗하였다. 손님도 많아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반찬은 별로였지만 낙지요리는 무척 맛있었다.
점심식사 후에 유달산 조각 공원을 찾아갔다. 큰 기대 없이 갔는데 조경을 잘 해놓았고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어서 1박2일 여행 일정 중 가장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조각공원을 구경하고 내려와서 갓 바위를 보러 갔다. 천연기념물이라는데 풍파에 갓 부분이 많이 떨어져 나가서 조만간에 갓 바위란 이름이 무색하게 생겼다. 그래도 바위를 배경삼아 사진을 찍으니 신기한 갓 바위 모양 덕분에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었다. 갓 바위 구경을 끝으로 일박이일간의 가족여행을 마쳤다.
오래간만에 가족 여행이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계획한대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리지도 않았고, 특별한 볼거리 놀 거리도 없어서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심지어 차가 상당히 부서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그러나 가족이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었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한 여행이었다.
다음엔 여행 전에 온 가족이 함께 여행일정을 계획하고 공유해서 더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여행이 되도록 해야겠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