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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384 | 2020-03-26 17:40
지리산에 숨어 있는 문화유산
지리산은 봄이면 바래봉의 철쭉, 여름이면 노고단의 풀꽃, 가을이면 뱀사골 단풍, 겨울이면 천왕봉의 눈꽃이 핀다. 해발 600에서 800고지가 건강 지역으로 소개되면서 노후에 가장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리산은 여러 설화와 다양한 토종 자원을 듬뿍 간직하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보물이다.
남원 운봉은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인 소리의 고장이다. 동편제 판소리의 원조 격인 가왕 송홍록과 국창 박초월을 비롯한 많은 소리꾼이 활동한 곳이다. 판소리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국악의 성지가 자리 잡고 있다. 지리산의 소리판은 건강놀음이었다. 음양오행의 원리에 위장은 단맛을 좋아하고, 간은 신맛을 가지며, 심장은 쓴맛을 쫓아다니고, 폐는 매운맛을 즐기고, 신장은 짠맛을 관리한다고 했다. 소리꾼들은 이러한 음양오행의 원리에 어울리는 오장이 좋아하는 장단을 알아냈다.
단맛을 좋아하는 위장은 엇모리장단에 춤을 추고(단소리), 간은 신맛을 가져 자진모리장단을 좋아한다는 것을 오랜 생활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신소리). 그리고 쓴맛을 쫓아다니는 심장은 중중모리장단에 흥이 나고(쓴소리), 폐는 중모리장단으로 매운맛을 다스리며(매운소리), 신장은 진양조장단에 짠맛을 덜어 내고(짠소리), 오장 육부의 기운을 서로 이어주고 소통해 주는 삼초는 소리의 아니리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잔소리).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서 자신에게 맞는 장단을 맞춤형으로 선택해서 즐기면서 치유도 하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
지리산에 둘레길이 생겼다. 모두 22코스 총 285㎞이다. 가장 짧은 곳은 9.4㎞인 운봉에서 인월까지 2코스이고, 가장 긴 구간은 인월~금계 구간인 3코스로 19.2㎞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치유 숲길이다. 바쁜 사람은 가장 소중한 가정생활에서 실패한 사람이다. 많은 가치 중에서 가족, 여유를 중요한 일에 포함한다면 행복의 여신이 미소를 띠고 찾아올 것이다. 가족과 함께 친구들과 더불어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곳곳에 특색있는 맛깔스러운 음식도 맛보고, 풍류의 멋도 즐기면서 성찰과 치유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긴 인생길에서 꼭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진정한 보물은 사람이다. 지리산에서 사라져가는 수많은 설화와 전통 음식, 약초,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찾아가서 배우고 간직하고 전하는 분이 있다. 지리산 문화자원 연구소장인 김용근 선생이다. 맥이 끊어진 동편제의 마지막 후손을 찾기 위해서 수원시에 있는 송 씨 가정을 가가호호 찾아다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결국에 그 맥을 찾아내서 이어지게 할 정도로 열정과 정성이 지극하다.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자료와 물품과 기록 등을 가득 간직하고 있다. 지리산에 관련된 문화자원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꼭 한 번 만나보아야 할 분이다. 지리산 문화자원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애정 때문에 지리산 문화 지킴이와 알리미로 여전히 길을 나선다. 출판 비용을 스스로 아낌없이 투자해서 여러 권의 비매품 저서를 발간하여 기록을 보존하는데도 열정을 쏟고 있다.
남과 다른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의 이해가 있어야 하고 주변의 따가운 눈총도 견뎌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면 감수할 수 있다. 지리산을 둘러보면 아름다운 자연뿐만 아니라 멋진 사람들이 참 많아서 신바람이 저절로 난다. 지리산의 문화와 자원이 궁금하다면 누구든지 그에게 노크해 보길 바란다. 문은 언제든지 활짝 열려있다.
글 기동환(핵심인재평생교육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