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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472 | 2019-12-06 17:44
마로니에 잎이 지던 날
전주 북쪽 호반촌에 전라북도문학관이 있다. 전에 도지사 관사로 쓰다가 영빈관으로 썼는데 지금은 문학관으로 쓰고 있다. 정원이 넓다. 각종 나무들이 골고루 심어져 있다. 입구에 노랫말에 나오는 마로니에 나무가 있고 달나라에만 있다는 계수나무도 있다. 물푸레나무도 있고 아그배나무도 있다.
전라북도문학관에는 여러 가지 강좌가 있는데 그중에서 시낭송반이 있다. 시낭송은 지금 전국을 휩쓸며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시낭송반이 개설되어 있고 각 지역마다 시낭송 그룹들이 있다. 각종 행사의 프로그램에 시낭송이 상당수 들어 있다. 이제 시를 낭송할 줄 모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라북도문학관에 시낭송을 수강하러 온 사람들 중에 신나는 사람들이 있다. 처음으로 시를 외워보고 낭송해 보면서 시의 맛을 알고 낭송의 맛을 안 것이다. 그래서 빠지지 않고 출석을 한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씩 하는데 그 시간을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낸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지간한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그날은 꼭 참석을 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병원 진료도 미룬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기운이 펄펄하다. 무언가 할 일이 있는 사람은 기운이 나는가 보다. 아픈 곳도 없는데 기운이 없는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없는 사람이다.
문학관에 서 있는 마로니에 나무 잎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제 아랫부분에만 잎이 달려있다. 마로니에 나무는 잎을 한꺼번에 떨어뜨리지 않는다. 위에서부터 차례로 단풍이 들고 차례로 잎을 떨어뜨린다. 이제 12월 겨울인데도 아직 잎이 남아 있다. 푸른 잎도 있다. 기운이 펄펄한 나무다. 그 나무를 바라보면서 나는 겨울을 잊는다. 나도 그 나무를 따라서 기운 나는 말을 한다. 나는 아직 가을사람이라고, 12월이 되었다고 겨울이 아니라고, 나의 겨울은 저 마로니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는 날부터 시작된다고, 그래서 아직은 춘추복을 입고 동복을 입지 않는다.
마로니에 나무를 바라보며 나는 기운을 얻는다. 문학관 수강생들은 시낭송을 하면서 기운을 얻는다. 할 일이 있는 사람은 기운이 빠지지 않는다. 기운을 얻고자 하는 자는 할 일을 만들어 무언가 신나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해볼 일이다. 그래도 할 일이 생각나지 않는 사람은 시낭송을 해보자. 나의 겨울은 마로니에 잎이 다 지는 날, 그날부터 시작된다.
글 이용만 (동화작가, 전북문협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