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취재>전라북도립국악원 정기연주회 | 문화
관리자 | 조회 1487 | 2019-11-28 21:00
국악의 뿌리에서 꽃피울 미래를 담아
2019년 전라북도국악원 예술단 정기공연은 지난달 창극단의 <만세배 더늠전>을 시작으로 무용단의 숨겨진 철의 왕국<장수 가야>와 대미를 장식할 관현악단의<本>을 열면서 새로 제작한 창작곡들을 선보였다.
“예향‘전북의 밑거름이 되어온 도립국악원은 전통음악을 추구하면서도 실험과 변화를 시도해 왔는데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이번 무대를 통해 국악의 뿌리에서 꽃피울 미래를 담아내고자 하였다.
<本>은 전통을 바탕으로 한 향토색 짙은 창작곡들로 채워져 무대에 올려졌다. 전북의 작고명인들의 음악세계를 조명하고 지역 음악인들의 토속민요와 전라삼현승무, 시나위 그리고 동학의 의미를 되새기는 ’꽃으로 피어나리”가 공연되었다.
국악관현악을 위한 ‘시나위INCONTRI’는 자유롭고 즉흥적인 환상곡과 같은 이미지로 작곡되었다. 서로 다른 선율이 처음에는 불협화음처럼 이질적으로 들리지만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하나로 융화되도록 작곡하였다고 한다.
전북토속민요와 관현악은 농사와 관련된 농요들을 관현악곡으로 작곡한 곡이다. 군산 옥구 ‘들노래’ ‘만경산타령’ 순창 금과 들수리‘모심는 소리’ 익산‘목발노래’ 동당기타령‘ 등의 농요를 관현악 반주에 메기고 받는 가창 방식으로 구성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탄생시켰다.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협주곡’오름(Ascent)‘은 외국작곡가 토마스 오스본이 김무길의 거문고 산조를 편곡한 작품이다. 원곡을 존중하고 부각시키면서 동시에 자기표현의 길을 찾기위해 작곡가는 산조를 익히는데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연주는 산조가 다양한 리듬패턴(장단)을 거치며 오케스트라가 점점 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창과 관현악 “임따라 갈까부다”는 춘향가 중 한양간 이몽룡을 그리워하며 춘향이 부르는 대목으로 안숙선 명창의 국보급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상의 무대였다.
전라삼현육각 주제에 의한 ’弄‘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제 제 46호 전라삼현육각(全羅三絃六角)을 주제로 만든 작품이다. 삼현육각은 향교의 제향, 시가의 회갑 및 혼인 절에서 제사 지낼 때 혹은 상량 올릴 때 활을 쏠 때 등 다양한 행사에서 연주되었다.
전라의 삼현 육각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농삼현과 민삼현이 있는데 농삼현은 무용 반주용으로 세련되게 정비한 삼현이며, 민삼현은 민가에서 쓰던 삼현이다. ’弄‘은 농삼현을 중심에 두고 염불, 굿거리, 늦은타령, 자즌타령 승천곡 가락에 관현악을 더하여 저음부를 확장한 풍성한 연주였다.
피날레를 장식한 곡은 ’꽃으로 피어나리‘는 동학농민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린 곡이다 작곡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희생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곡을 썼다고 한다. 곡이 연주되는 내내 작곡자의 깊은 애도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2019년 전라북도립국악원 정기연주회는 미래의 한국음악을 이끌어갈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의 정체성을 보여주었고, 수준 높은 예술적 기량이 아낌없이 발휘되는 공연이었다. 전통은 전통대로 맥을 잇고 또한 이를 토대로 한 창작 작품으로 우리 지역의 음악을 컨텐츠화하고, 나아가 전통의 현대화, 세계화를 선도하여 예향 전북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이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