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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재>담양 명옥헌 원림 배롱나무 |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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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821 | 2019-08-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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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을 하루 같이 피고 지는 붉은 꽃송이의 향연

 


 

 

 아침부터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져 한바탕 큰 비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몇 해를 가야지 하고 벼르던 명옥헌  원림의 배롱나무를 보려고 집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집을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찬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기 시작하였다. 임실을 지나 순창쪽으로 갈수록 빗줄기는 더욱 거세어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해졌고, 도로는 금새 침수되어 군데군데 물웅덩이를 지날 때마다 커다란 물보라를 일으켰다.

한 번 열린 하늘은 닫힐 줄 모르고 계속 물세례를 퍼붓는다. 도저히 담양까지 가는 것은 무리수라는 생각이 도중에 다시 차를 돌려 귀가하려 했지만 중간에 되돌릴 데가 없어서 담양까지 계속 갈 수 밖에 없었다. 감사하게도 담양에 도착하니 비가 그치고 날이 깨어난다.

 

마을 앞에 주차하고 처음 방문한 지역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450m (8) 정도 느긋하게 걷다 보면 명옥헌 원림에 당도한다. 입구에 들어서자 눈 앞의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는 순간 와 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온다. 연못을 중심으로 빙 둘러 늘어서 수면 위로 늘어뜨린 배롱나무 가지마다 진분홍 꽃송이들이 화사하게 피어나 폭우를 뚫고 달려온 여행자를 반겨준다. 붉은 꽃송이를 매달고 연못 위에 드리워진 배롱나무가지와 수면 위에 떠 있는 수련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도중에 차를 돌려 되돌아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뿌듯함에 미소가 절로 머금어진다.

 

명옥헌 원림은 조선 중기 후산리에 정착한 오희도의 아들 오이정이 도장곡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반하여 풍류를 즐길 정자를 짓고, 아름드리 숲을 꾸몄는데, 이 정자가 바로 명옥헌이고 정원이 명옥헌 원림이다. 명옥헌이라는 이름은 우암 송시열이 제자 오기석을 아끼는 마음에 명옥헌(물소리가 구슬이 부딪쳐 나는 소리와 같다)이라 이름 붙여 계곡 바위에 새겼다고 한다.

 

오기석의 손자 오대경은 마을 뒷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작은 개천을 막아 연못을 만들고 정자를 지었다. 정자 앞 연못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이다.'라는 천원지방사상을 반영하여 모난 연못 가운데 둥근 섬을 만들고, 연못가에는 사철 푸른 소나무와 여름 한 철 곱디곱게 피는 진홍빛 배롱나무를 심어 그 정취를 더했다. 명옥헌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단아한 멋이 있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소이기 때문인지 마치 사랑방처럼 정감이 풍긴다.

 

명옥헌 원림은 차로 15분 거리에 소쇄원(명승 40)과 이웃하여 서로 견주며 담양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특히 7월 말부터 8월 초에 배롱나무꽃이 만발하여 찾는 이들에게 기대 이상의 감탄을 자아내는 곳으로 8월이 다 가기 전에 꼭 한 번 방문할 여행지로 추천한다.

 

글 이상희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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