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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조회 1985 | 2019-04-18 20:37
빵을 준 아이
한 아이가 나에게 빵을 내밀었다. “선생님 이 빵 잡수실래요?” 자기는 배가 아파서 빵을 먹을 수 없으니 나더러 먹으라는 것이었다.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여 빵을 받았다. 평소에 별로 말이 없고 나와 친하게 지내려고 하지도 않은 아이였다. 다음 날, 그 아이에게 어제 준 빵 잘 먹었다는 말을 전했다.
“정말이어요? 정말 맛있게 잡수셨어요?” 선생님들은 빵을 좋아하지 않은 줄 알았다고 한다. 빵은 아이들만 좋아하고 어른들은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좋아했다.
다음 날 다시 빵을 가져왔다. 자꾸 얻어먹으면 안 될 것 같아 이제는 안 줘도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오늘만 주고 다음부터는 안 준다면서 빵을 내밀었다. 그런데 나에게 빵을 준 뒤로 그 아이의 행동이 달라졌다.
전에는 선생님 곁에 다가오지도 않고 주위를 맴돌기만 하였는데 이제는 수월하게 나에게 다가오고 수업 태도도 좋아졌다.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간 다음에까지 남아서 선생님 일을 거들어 준다는 것이다. 내가 빵을 준 것이 아니고 자기가 나를 빵을 주었는데 오히려 나에게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빵 하나가 그 아이와 나 사이를 매우 가깝게 만들어 놓았다.
빵을 준 아이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내가 돕는 것만이 상대방을 위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남을 돕도록 하는 것도 상대방을 돕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봉사를 한다는 것, 그것이 상대방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고 자기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자기의 것을 나누어서 불우이웃을 돕고 자기도 어려우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움으로써 자기만족이 함께 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가운데 남을 이해하고 자기를 이해하게 된다.
아이가 빵을 내밀었을때 ‘나는 괜찮으니 너나 먹어라.’ 거절하지 않은 것이 참 대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오는 호의를 거절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돕는 일에 참여함으로써 나를 위하는 일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아이였다. 부모들도 무작정 내 아이를 돌보려고만 하지 말고 내 아이로 하여금 다른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줌으로써 자녀가 달라지는 효과를 거두라고 권하고 싶다.
글 이용만 (동화작가, 전북문협 사무국장)